* 2월 16일, 정책 간담회에서 발표된 글입니다.
유흥희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그 시작
우리 기륭투쟁을 돌아보면 6년의 시간이 한 순간 한 순간 연대의 손길 속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투쟁이 바쁘고 연대투쟁에 성실했다는 의미로 우리는 소리 없이 우리를 지켜주는 이들의 소중함을 미쳐 다 알지 못했습니다. 그중 절대적으로 소중한 만큼 일상을 통해 고마운 줄도 고마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깜빡 잊는 이들이 문화로 연대하는 동지들입니다.
우리가 1,000일 투쟁을 고민할 때, 대범하게 투쟁의 물꼬를 튼 송경동 시인도 시 낭송을 부탁하면 언제나 응해 주는 그저 고마운 사람으로만 알았습니다. 이신 김성만 박준 이수진 ..... 무수한 가수 분들이 겨울 기타 줄이 손끝을 끊어내는 고통을 감내하며 우리 곁에 있는 줄도 다 알지 못했습니다.
그 가운데 김천석이란 저와 동갑내기 동지가 있었습니다. 내일모래 쓴다고 당장 영상 편집해내라고 요구를 쉽게 했습니다. 그때도 우리 몰래 혼자 밤을 새야 하는 동지의 노고를 모르고, 요청하면 당연히 해줘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이런 우리의 행위가 섬세하고 감수성 높은 문화예술인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는 줄도 미처 몰랐습니다. 문화예술의 동지들이 그것을 두고 논쟁을 하고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받는 줄도 잘 몰랐습니다. 많은 이들이 현실의 무게와 투쟁의 무례 속에 현장지기를 포기할 때 수많은 방황과 동요를 감수하고 무한한 인내와 열정으로 버틴 이들이 우리 곁을 지켜주는 문화예술 동지들임을 다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김천석이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날벼락이었습니다. 우리 투쟁의 누적된 부담과 스트레스가 그의 생명을 갉아먹은 것인지 죄의식이 우리를 감쌌습니다. 고마움을 말로만 고마워하는 것으로 때운 미안함에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우리 기륭 투쟁에서 우리를 가장 강력하게 보호한 우리의 방패는 카메라였습니다. 특히 영상카메라는 24시간 우리를 지켜주던 파수 대였습니다. 이미 심신이 시퍼런 멍투성이 우리였지만 그런 폭행에 당하면서도 그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몰랐습니다. 미안함과 고마움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우리는 우리를 지켜준 가난한 카메라에게 어떻게 힘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런 고민이 이어지던 중, 2011년 6월, 또 하나의 외로운 카메라가 세상을 떴습니다. 숲속 홍길동 이상현 동지입니다. 쉽게 끝날 수 있었던 투쟁이 너무 길어진다며 안타까워했던 동지입니다. 묵묵히 존재 증명도 없이 우릴 지켜 주었습니다. 긴 머리를 묶고 모자를 쓰고 술자리에 조용히 하나가 되었던 동지였습니다. 그 동지가 걸었던 마지막 순간의 처절함에 우리는 동상처럼 얼어붙어야 했습니다. 우리가 세상에 연 창문이 막히는 순간 같았습니다. 이분들에게 이제 우리가 작은 촛불이 되어 보자고 했습니다.
- 초동 주체 1차 모임을 2011년 8월 19일, 금, 14시,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독산동)에서 가졌습니다. 모임을 통해 우리는, 카메라로 현장을 지켜온 이들을 기리기 위한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1년 1회, 1천만 원 이상의 기금을 마련하여, 1편 이상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지원한다. 1년 이상 지역, 노동, 소수자 등의 투쟁 현장을 지켜온 영상 활동가의 해당 사안 다큐 제작을 지원한다. 등을 대강 설정하고,
제안자로는 아래와 같은 분들이 함께해주셨습니다.
- 김명운(열사추모연대), 김소연(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김정우(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김호철(작곡가), 문재훈(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소장), 박준(민중가수), 변영주(영화 감독), 송경동(시인), 유명자(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 이상욱(독립영화 프로듀서), 주현숙(인디다큐페스티벌 집행위원), 태준식(독립다큐멘터리 감독), 황철우(기륭투쟁공대위 집행위원장) 동지 등을 ‘(가칭)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제안자 일동으로 하여
경과보고
- 2011년 11월 2일 민주노총 1차 공개 간담회 개최
- 2011년 12월 9일 민주노총 2차 간담회를 개최하여 "(가칭)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설립함.
- 2011년 12월 20일, 화, 11시 3차 간담회 개최
- 2012년 1월 5일(목) 오전 11시, 민주노총 간담회 개최
- 2012년 1월27일, 집행점검회의,
- 2월 14일 집행점검회의를 거쳐
- 2012년 2월 16일 이번 토론회가 개최되게 되었습니다.
- 2012년 3월 10일 1차 상영회 및 발족식을 갖을 예정입니다.
우리들의 이 작은 노력이 모든 이의 삶의 조건들을 바꾸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물에 빠진 사람에게 당장 던져 주는 밧줄 삼아 조금이라도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 힘을 주는 계기가 되길 소망합니다. 우리가 그분들의 노고를 잊지 않고 있음을, 가장 외롭고 힘들 때 함께 하는 우리가 있음을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세상을 떠난 두 동지를 기리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현장을 지키고 있는 카메라들의 노고와 헌신을 기리기 위해. 그리고 그들의 앞으로도 그 자리에게 계속 있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탰으면 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에게 손 내밀어 함께 했으면 합니다. 오늘 토론을 통해 힘 있는 사업이 힘차게 전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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